Page 94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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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하여 입으로 나오면 말한 사람의 감정이 밖으로 드러나서 의
미 없는 말은 하나도 없게 된다.그러므로 말하는 사람의 감정
이 부드럽고 좋으면 그 말도 화기롭고 온화하며,반대로 증오하
고 질투하는 마음이 있으면 그 말 또한 거칠다.또 노하면 그
말은 절박하면서도 원망스러우며,마음이 순조롭고 너그러우면
그 말 또한 자재하면서도 이치에 알맞게 되고,마음속에 무언가
뽐내고 꾸미려 하면 그 말은 직접적이지를 못하고 번지르르하
고,속되고 촌스러우면 그 말은 소박하지만 졸렬하다.이것은 모
두 언어의 겉모습이다.그러므로 말의 의미를 살피고자 한다면
먼저 그 겉모습을 관찰해야 한다.또 겉모습을 통달하고 나면
결국 그 마음의 감정을 알게 되고,나아가 그 말의 의미를 따져
볼 수 있다.
이른바 의미[義]는 감정에 맞는 것을 의식이 주재하여 언어
로써 선포한 것이다.대체로 언어란 감정이 반연한 의미를 모사
하여 아름답게 꾸민 것이다.실로 감정이 미치지 못하고 알음알
이가 적용되지 못하면 종일토록 어떤 것에 대해 설명한다 해도,
한마디도 말한 것이 없다.이런 것이 어찌 사람의 말에만 해당
하겠는가?거위가 울고 까치가 울고 개가 짖고 닭이 우는 등등
의 일까지도,감정을 가진 존재들이 한번 소리를 내었다 하면
그 속에는 반드시 주장하는 의미가 들어 있다.다만 인간들이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할 뿐이다.겉으로 나타난 음성이 있는데
그것의 의미가 어찌 없겠는가?
그러나 우리 불조의 도(道)는 이와는 다르다.부처님이 탄생
하시자마자 손으로는 하늘과 땅을 각각 가리키고 앞으로 일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