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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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91
아가 근원을 투철하게 깨우치면,교화의 방편마저도 저절로 없
어져 버린다.
악을 버리면 육친의 은혜와 사랑을 끊고 이익과 명예를 멀리
하여 번뇌를 벗어나 탐욕이 사라진다.삿됨을 버리면 물(物)․
아(我)가 평등해지고 시비가 끊어져 경험적 지식이 사라지고 주
관과 객관의 대립이 없어지며,선을 따르면 계율을 지키고 선나
(禪那)를 닦아서 공적한 깨달음에 나아간다.올바름으로 돌아가
면 법의 근원을 분명히 깨달아 진제(眞諦)를 통철하게 밝혀 불
심(佛心)에 계합하여 성도(聖道)를 이룬다.나아가 사(邪)․정
(正)․선(善)․악(惡)이 모여 일념(一念)으로 되돌아가면,항상
상대의 근기를 관찰하여 교화를 베풀어서 뭇 중생을 두루 제도
한다.그러면 그저 손 가는 대로 하더라도 하는 일마다 오묘한
작용 아닌 것이 없다.중생의 서원을 따르고 불조의 은혜에 보
답하며,온 몸 그대로가 손이며 눈이다.한 기연도 드러내지 않
고 왕성하게 작용하며,한 가지 일도 하지 않으면서 손 털고 오
가니 전혀 구속이 없다.이것이 바로 성인이 한 시대를 교화하
시는 근본 뜻이다.뭇 종파와 각기 다른 가르침이 각각 다른 가
풍을 세웠다 하더라도 모두 이것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앞서 부처님께서 건립하시고 그 뒤로 조사들께서 서로 불법
을 계승하면서부터 크고 작은 가람들이 곳곳에 분포하게 되었
다.한 지방의 어른노릇 하는 자로서 혹 선악이 뒤바뀔 경우
화․복의 기미는 생각을 따라 메아리처럼 호응한다.안으로 자
기의 덕을 갈무리하고 밖으로 널리 교화를 펴려면 이 점을 살피
지 않아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