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7 - 선림고경총서 - 03 - 동어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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東語西話 續集 上 97


               가령 불조의 도가 결과적으로 의미 있는 말[有義語]에 불과하
            다면 어떻게 생사망정(生死妄情)의 뿌리를 끊을 수 있겠는가?

            이것은 이른바 반딧불을 모아서 수미산을 불태우고 조개껍질을
            가지고 바닷물을 헤아리는 것이라 하겠다.
               어떤 이가 이렇게 물었다.

               “선가의 의미 없는 말[無義語]을 나는 압니다.불조께서 문자
            를 세우지 않고 전한 교외별전(敎外別傳)에 어찌 의미 있는 말

            [有義語]이 있겠습니까!다만 그때그때의 기연에 감응하여 중생
            을 제접할 뿐입니다.그리하여 때에 따라 높이 휘두르고 크게
            문지르기도 하면서 서로 문답한 것이 굉장히 많아졌으므로 그에

            따르는 말씀이야말로 티끌처럼 많게 되었습니다.그러나 그것이
            결코 잘못에 떨어지지 않고 모두가 제일 가는 뜻[第一義諦]으로

            귀결됩니다.그렇기 때문에 입을 열어 말을 해도 그 의미가 혀
            위에 있지 않습니다.그러니 어찌 향상(向上)이니 향하(向下)니
            복잡하게 말할 수 있겠습니까?의미 없는 말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이 점을 두고 하는 것이 아닐는지요?”
               그것에 대하여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당신의 말은 50(五十步)로써 100보(百步)를 비웃는 것과 무

            엇이 다르리요?그대가 향상(向上)․향하(向下)의 구절에 떨어
            지지는 않았다고는 하지만,그대가 말한 제일 가는 뜻[第一義諦]

            은 의미 있는 말이 아니고 무엇입니까?”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제가 듣기로서는 ‘달라붙은 것을 풀어 주고 결박을 제거하며

            [解粘去縛],못을 뽑고 문설주를 뽑아 버려라[抽釘拔楔]’한 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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