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0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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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참선경어
중요한 것은 ‘내가 참구하는 이 도리가 대체 무슨 도리이며 참
구하는 이 사람은 또 누구인가’를 절실하게 참구하는 일이다.이
도리,이 사람을 참구해 알아내지 못하면 그저 허송세월하는 것일
뿐 참선한다고 할 수는 없다.
13.위급한 상황에서 살길을 찾듯 하라
파초산(芭蕉山)혜청(慧淸)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어떤 사람이 길을 가다가 앞에는 만길 낭떠러지이고 뒤에서는
산불이 타 들어오며 양옆은 가시덤불인 상황을 만났다고 하자.앞
으로 나아가자니 낭떠러지로 떨어지겠고,되돌아가자니 타 죽겠고,
옆으로 몸을 돌리자니 가시덤불에 찔리게 되어 있다.여기서 어떻
게 하면 헤쳐나갈 수가 있을까?만약 빠져나갈 수가 있다면 살길
이 열리게 되지만,빠져나가지 못하면 꼼짝없이 죽는 상황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다만 위태롭다느니 죽는다느니 하는 생각을 내지 말아야 비로
소 살 길이 하나 트인다.그러니 조금이라도 ‘어떻게 할까?’하고
생각을 짜냈다가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어버리게 된다.혜청스
님의 이 말씀은 공부에 가장 긴요하다.그런데 납자들이 흔히 지
식을 찾다가 심오한 이론 속에 도가 있다는 착각에 빠져들어서 이
와 같은 철저한 참구에는 마음을 두지 않으니 일생을 헛되이 보낸
다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