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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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옛 큰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평하는 글 73
임을 철저히 알고도 암암리에 어떤 것이 있는 듯하다[似有]고 보
는 경우가 다 그 원인이다.
또한 법신(法身)에도 두 가지의 병통이 있다.하나는 법신을 깨
닫고서 법집(法執)을 떨어 버리지 못하고 ‘나는 법신을 깨달았노
라’하는 견해가 아직 남아 법신 쪽에 눌러앉는 경우이다.한편 법
신을 깨닫고서 그것을 놓아버려서도 안 되니 자세히 검토해 보건
대 아무 기미가 없다 해도 병통이 되는 것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이 병은 오로지 알음알이에서 살길을 꾀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
이다.한번도 앉은 그 자리에서 번뇌망상을 끊지 못하여 법신을
깨닫지도 못했으며,자유롭게 몸을 움직여 숨을 토해내지도 못해
보았으니 만일 이런 상황에서 또 다른 망념이 생겨나면 마(魔)가
되어서 괴이한 짓거리를 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17.지혜와 근기가 뛰어나야 한다
현사(玄沙:835~908)스님께서 말씀하셨다.
“반야(般若)를 배우려는 모든 보살은 모름지기 공부할 만한 근
기(根機)와 지혜가 뛰어나야만 될 수 있다.만일 지혜가 있다면 당
장에라도 이곳-번뇌의 사바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이렇게 평한다.
근기가 뛰어나다 함은,한 가지를 들으면 천 가지를 알아듣고
무량한 법문[大總持]을 깨치는 이를 말한다.앞서 ‘벗어난다’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