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1 - 선림고경총서 - 05 - 참선경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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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장 옛 큰스님의 가르침에 대해 평하는 글 71
14.선문답으로는 도를 믿지 못한다
운문(雲門:?~949)스님이 말씀하셨다.
“이런 식으로 거짓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말하자면 남의
이론이나 우려먹고 한 무더기 닳아빠진 옛말이나 주워 챙겨가며,
가는 곳마다 꼴사납게 떠들어대면서,나는 선문답을 5번이고 10번
이고 이해했노라 과시하고 다니는 사람들이다.그러나 그들이 아
침부터 저녁까지 문답을 하고 이런 식으로 겁(劫)을 지나도록 논해
보았자 꿈속엔들 도를 볼 수 있겠는가?”
나는 이렇게 평한다.
운문스님이 그 당시 대놓고 꾸짖은 사람은 열에 하나 둘뿐이었
다.그러나 지금은 너나 할 것 없이 다 그렇다.이런 사람이 언제
한번 피부에 닿듯이 절실하게 참구해 보았겠는가.설혹 꼼짝 않고
좌선하고 있을 때라도 마음이 혼침(昏沈)하지 않으면 산란(散亂)한
상태이다.이것은 아마도 그 뱃속에 들어 있는 잡소리가 토해도
나오지 않고 칼로 베어도 끊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그러나
영리한 납자라면 운문스님께서 거론한 이런 말씀을 듣는 순간 매
우 부끄러운 마음이 들 것이니,그래야만 비로소 되었다고 할 만
하다.
15.안이한 마음을 먹지 말라
운문스님이 대중에게 설법하셨다.
“여러분들은 절대로 안이하게 시간을 보내지 말고 매우 빈틈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