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1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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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선오스님 121
그러다가 법안(法眼)스님이 지장암(地藏庵)의 계침(桂琛)스님을 참
례하고,명교(明敎)스님이 신정(神鼎)스님을 배알했던 일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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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보았더니 번뇌가 사라지더라”하셨다. 기문(記聞)
12.
고암스님은 마음과 행동이 단정하고 강직하며 기상과 도량이
늠름하여 한시라도 예법을 잃지 않았다.대중과 함께 살던 시절
하루에도 누차 손해를 보았으나 전혀 개의치 않고 종신토록 간소
하게 처신하였다.대중방에서는 아무것이나 함부로 허락하지 않았
으며,조금이라도 서로 맞지 않는 일이 있으면 반드시 정색을 하
고 곧은 말로 다스렸으므로 납자들이 모두 믿고 복종하였다.한번
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도 닦는 일에 있어서는 다른 사람보다 나을 것이 없다.
단 평소에 하는 일이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을 뿐이다.”
13.
고암스님이 운거사에 머무르면서 어떤 납자가 감춰진 남의 잘
못을 들춰내는 것을 보고는 부드러운 말씨로 그를 깨우쳐 주었다.
“무슨 일이든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수행인이라면 도를 닦는
것이 급선무이며 화합하는 것이 곧 자기를 닦는 일이다.구차하게
애증의 감정을 멋대로 부려 다른 사람 행동거지나 헐뜯어서야 되
*계침스님은 법안스님에게 행각하는 본래 뜻을 일깨워 주었고,명교스님은 가
난한 살림살이에서 꿋꿋이 도에 매진하는 신정스님을 뵙고는 마음속의 불만
과 오래 묵은 습성을 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