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3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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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암 선오스님 123



            대까지만 해도 그대로 실천되었으며,상법(像法)․말법(末法)시대
            뒤로 중국의 선림(禪林)에서도 걸식하는 제도를 폐지하지 않았다.

            단 유능한 사람을 추천하여 걸식을 하게 하였으며,얻은 시주물은
            상주물로 모아 두었다가 많은 대중들을 편안하게 하였고,드디어

            는 이것이 매일같이 걸식을 행하는 법규가 되었다.
               요즈음 소문을 들으니 여러 사찰의 주지들이 인과(因果)를 무
            시하고 늙은 스님들을 편안하게 모시지 않는다 하니,이는 부처님

            의 본뜻을 어기고 불교를 약하게 만드는 것이다.실로 절에 안주
            할 수 없다면 늙어서 장차 어디로 가야 하겠는가.상주물이 본래
            누구를 위하여 마련된 것인가를 돌이켜 생각지 않는다.어떤 마음

            을 가져야 부처님 마음에 맞겠으며,어떤 일을 해나가야 부처님의
            행동에 맞겠는가?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혹 공양청(供養請)에 가시지

            못하고 정사(精舍)에 머무르실 경우,승방(僧房)을 두루 돌아다니
            시며 늙고 병든 비구들을 보살피셨다.낱낱이 위문하고 낱낱이 준

            비물을 배치하였으며,나아가 모든 비구들을 빠짐없이 공경하고
            여러 가지 방법으로 그들이 성내고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도록 당
            부하셨으니,이것이 부처님[調御師]께서 대중들에게 보이신 솔선

            수범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자기의 입과 몸을 위해 상주물을 멋대로 쓰고

            권세 있고 귀한 사람과 결탁하여 늙고 병든 자는 끊어 버린다.대
            중의 물건을 자기 소유로 덮어 버리고,부처님 마음과 부처님 행
            동은 까맣게 잊어 하나도 없으니 슬프고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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