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4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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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 선림보훈 중



               고덕(古德)은 ‘노스님은 산문의 표상[標榜]이다’라고 말하였는
            데,요즈음 선림(禪林)에 백에 하나도 노스님이 안 계신 이유는 늙

            으면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다.이로써 더욱 알 수 있는 것은
            오래 사는 것이 이로울 게 없으며 도리어 일찍 죽느니만 못하다

            는 것이다.
               원컨대 우리 시대에서는 각각 부처님 말씀을 따르고 조사의
            뜻을 계승․발전시켜야 한다.그러자면 늙고 병든 스님은 편안하

            게 위로하며 상주물의 양에 따라 적절하게 공급하였으면 한다.이
            리하여 우매한 사람이 권세를 멋대로 휘둘러 짧고 박복한 내세를
            초래하지 않았으면 한다.간절히 더욱 살펴주기 바라노라.”



                 15.
               각범(覺範:1071~1128)스님이 영원(靈源)스님의 문방(門榜)*에
                                                                      32)
            이런 글을 달았다.
               “영원스님은 애초에 세상에 나가는 것을 원치 않고 자신을 매


            *유나 유청(惟淸)은 이름만이 주지일 뿐,실은 잠시 몸을 맡긴 길손과도 같다.
              다만 대중을 거느리고 법을 넓히며 교풍을 높이는 것을 돕는 것만을 자기의
              일로 삼을 뿐이다.상주물에 있어서는 나의 소유가 아니므로 이치상 멋대로
              하지 못하는 것이니,직책을 맡은 이에게 모두 위임하고 분야를 나누어 주관
              한 일을 하게 하며,공과 사에 비추어 보고서 함께 처리하도록 한다.유청은
              다만 여러 스님네와 함께 재(齋)를 베풀고 몸에 지닌 물병과 발우만으로 인
              연 따라 머무를 뿐이다.엎드려 바라노니 사방의 납자들이여,찾아오면 필요
              한 정도는 있지만 오직 먹고 자는 것만을 살필 뿐,그 나머지는 따로 공양하
              기 어렵다.
                세속의 법으로는 공공물[官物]이요,불법으로는 대중의 물건[衆財]이니,이
              를 훔쳐 남의 마음을 사려 함은 실로 본분의 입장에서는 감히 하지 못할 일
              이다.미리 글로 아뢰노니 비추어 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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