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7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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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희 종고스님 177
“지금 주지는 무엇을 우선해야 합니까?”
스님이 대답하였다.
“납자들을 편안하게 하는 일은 사중재산을 잘 관리하면 될 뿐
이다.”
그때 만암스님이 좌중에 있으면서 그렇지 않다고 반박하였다.
“상주물의 소득을 계산하여 불필요한 경비를 잘 조절하고 그것
을 쓰는 데 법도가 있으면 돈과 곡식은 이루 세지도 못할 것이니
뭘 그다지 염려하겠는가.그렇다면 현재 주지는 도를 간직한 납자
를 얻는 것을 우선해야 할 뿐이다.설사 주지가 지모(智謀)가 있어
10년 먹을 양식을 비축할 수 있다 해도 그 자리에 도를 간직한
납자가 없다면 옛 성인이 말씀하신 ‘앉아서 신도들의 시주만 소비
하면 하늘을 우러러 부끄럽다’라고 한 것이니,주지에게 무슨 도
움이 되랴.”
자소는 말하였다.
“수좌의 말씀이 지당합니다.”
묘희스님은 만암스님을 되돌아보며 말하였다.
“하나같이 모두 만암 당신 같은 얘기구먼.”
그러자 만암스님이 그만두었다. 가암집(可庵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