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08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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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 선림보훈 하



               “그대는 이런 소리를 듣지도 못하였는가.옛날에 오이를 심어
            놓고 매우 아끼는 자가 있었다네.그런데 무더운 여름날 한낮에

            물을 주자 오이는 발꿈치 돌리는 순간 시들어 버렸다네.무엇 때
            문이었겠나?신경 쓰기를 게을리해서가 아니라 물을 제때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니,시들게 하기에 딱 알맞은 짓이었다네.
               제방의 노숙(老宿)들이 납자를 끌어 줄 때,그의 도업이 안으로
            충실한지,재능과 그릇은 크고 위대한지를 관찰하지 않고 그저 성

            급하게 위하는 마음만 쓰려 할 뿐이지.그리하여 납자들의 도덕을
            보면 더럽고 언행을 보아도 도리에 어긋나 있으며 공평정대함으
            로 말하자면 삿되고 아첨스러우니,아끼는 마음이 그의 분수에 지

            나쳐서가 아니겠는가?
               이는 바로 한낮에 오이에 물을 주는 것과도 같다네.나는 식견
            있는 사람들이 비웃을까 깊이 염려스럽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

            는다네.”                                     북산기문(北山記聞)


                 3.

               황룡스님이 적취암(積翠庵)에 머무를 때 병으로 석 달을 문 밖
            으로 나오질 못하였다.그때 진정(眞淨)스님은 밤낮으로 간절히 기
            도하다가 머리와 팔을 태우기까지 하면서 은밀한 가피력을 빌었

            다.황룡스님이 이 말을 듣자 꾸짖으며 말하였다.
               “살고 죽는 것은 원래 내 분수이다.그대는 참선을 했는데도

            이토록 이치를 통달하지 못하였는가.”

            *묘담 사혜(妙湛思慧):법운 선본(法雲善本)스님의 법을 이었으며,청원의 13
              세 법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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