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2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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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 선림보훈 하
있을는지 없을는지를 분별해 버린다.그런 뒤에 한 방을 날려 끈
질기게 이어지던 그들의 미세한 번뇌까지 벗겨 주며,막힌 곳을
쳐서 진실과 거짓을 판정케 한다.그렇게 하면서 하나의 방편만을
고집하느라 변통(變通)에 어두운 일이 없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끝내 안락하여 일없는 경지를 밝히게 하고 그런 뒤에야 그만두는
것이다. 실록(實錄)
2.
옛사람이 말하기를 ‘천 사람 가운데서 빼어나면 영특[英]하다
하고,만 사람 가운데서 빼어나면 걸출[傑]하다’하였다.납자로서
지혜와 수행이 총림에 소문난 자라면 어찌 영걸(英傑)한 인재에
가깝다 하지 않으랴.단지 부지런히 탐구하여 거짓을 버리고 진실
을 지녀 누구나 제자리에 쓰일 수 있게 한다면 절의 규모나 대중
의 수에 관계없이 모두가 그의 교화를 따르리라.
옛날 백정의 풍혈(風穴)․우란의 약산(藥山)․대매의 상공(常公)
․형초의 자명(慈明)스님,이 스님이 모두 위와 같은 영걸이셨는
데,당시 그들과 어울리던 유유자적한 무리들이 이들에게 지위나
외모를 구했더라면 보고서는 반드시 업신여겼을 것이다.
하루아침에 영광된 사석(師席)법좌(法座)에 올라 모든 사람들
이 에워싼 가운데 불조의 도를 밝혀 만세의 빛이 되었으니,총림
에서 누군들 그 풍모만 바라보고도 쏠리지 않았겠는가.더구나 앞
사람들은 아름다운 재질과 뛰어난 기상을 가지고도 시기를 만나
지 못했을 즈음에는 조심하면서도 수치와 더러움을 참고 세상에
뒤섞여 함께 어울리면서 이렇게 살아갔는데,하물며 이보다 더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