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8 - 선림고경총서 - 06 - 선림보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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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선림보훈 상
3.
도가 융성하고 폐지되는 것에 어찌 정하여진 원칙이 있겠는가.
사람이 도를 넓히는 데 있을 뿐이다.그러므로 ‘잡으면 있게 되고
놓아버리면 없어진다’고 하였던 것이다.그러니 도가 사람을 떠나
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도를 버리는 것이다.
옛사람은 산림에 살거나 조정과 시장에 은둔하거나 명리에 끄
달리지 않고 바깥 사물에 눈멀지도 않았다.그리하여 청아한 기풍
은 그 시대에 진동하고 아름다운 명성은 만세에 드날렸다.그러나
어찌 옛날에만 그랬고 요즈음이라 해서 되지 않겠는가.교화가 지
극하지 못하고 실천에 힘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옛사람은 순박했기 때문에 교화될 수 있었지만
요즈음 사람은 들뜨고 천박하므로 교화될 수 없다’고 한다.그러
나 이는 실로 사람들을 부채질하여 현혹시키는 말로서 생각해 볼
가치도 없다. 답공보서(答功輔書)
4.
백운스님이 무위거사(無爲居士)양걸(楊傑)에게 말하였다.
“말만 하고 실천에 옮길 수 없다면 아예 말하지 않느니만 못하
며,해놓고도 말하지 못할 것은 아예 하지 않는 편이 낫다.말을
꺼내려면 반드시 그 결과를 생각해야 하고,행동을 개시하려면 반
드시 폐단을 살펴야 한다.그러므로 선철(先哲)께서는 말을 조심하
고 행동을 가려 하셨다.
말을 꺼내는 이유는 되지도 않는 말로 진리를 설명하려는 것
이 아니라 깨닫지 못한 납자를 끌어 주기 위함이며,무엇인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