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6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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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8.장자와 열자의 고사를 풀이함/장자



                장자(莊子) 에 말하기를,‘산골짜기에 배를 감추고 연못에 산을

            감추다’하니,해석하는 자들은 청산유수처럼 유창하게 뇌까리다가
            도 ‘천하에 천하를 감춘다’는 구절에서는 모두가 얼빠진 사람처럼
            우두커니 앉아 붓을 놓고 생각에 잠긴다.

               회당(晦堂)노스님이 일찍이 납자들에게 이 말이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대답하는 사람이 매우 많았지만 스님은 웃으시며,“너희들은
            그 도리를 잘도 말하는구나”라고 하였다.

               내가 게를 지어 그 뜻을 적어 보기로 한다.


                 천하를 감출 수 없다는 것만 알고
                 분주하게 자취를 찾아 냄새만을 맡으려 하네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면
                 비로소 나무 끝에 염소뿔이 걸려 있음을 볼 수 있으리.

                 天下心知不可藏 紛紛嗅迹但尋香
                 端能百尺竿頭步 始見林梢掛羊角



               회당 노스님이 또 물었다.
               “열자(列子)가 두 어린아이를 안고서 해가 멀고 가까워짐을 이야
            기하다가 결론을 짓지 못하고 공자에게 물으니 공자가 대답하지 않

            았는데 이유가 무엇이겠느냐?”납자들은 “공자처럼 슬기로운 성인
            도 이 이치를 몰랐기 때문에 말이 없었던 것입니다”라고 대답하였
            으나 스님은 이번에도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내가 게를 지어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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