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2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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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도를 간직하고 조용히 정진함/지장 계침(地藏桂探)스님
지장 계침(地藏桂探:867~928)스님이 설봉(雪峯)스님과 현사(玄
沙)스님의 도를 크게 진작시킬 수 있었던 것은 큰 법을 간직하고 조
용히 물러나 살면서 정진한 덕택이다.내 일찍이 이 스님을 만나보
고 싶었다.성 모퉁이 낡은 절의 삼문은 꺼져 버린 재처럼 고요하기
그지없었지만 도가 담긴 스님의 용모는 해맑고 심오하였다.
스님이 어느 납자에게 농담으로 말씀하셨다.
“선(禪)을 설법하기에 넓은 곳이 얼마든지 있는데 어찌하여 나와
함께 이곳에서 밭 갈며 주먹밥을 뭉쳐 먹고 사는가?”
이 말씀 속에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하겠다.
64.선화자십이시게(禪和子十二時偈)
내 처음 황룡산에 머물렀을 무렵 납자들의 일과에 대해 하루 일
과에 대해 게를 읊었다.
내 살아가는 모습이야 보잘것없지만
그래도 날마다 일취월장 길이 있네
한밤중 자정[子]이면 주검처럼 곤히 자며
이에 뜯기며 간간이 손발을 움직일 뿐
첫닭이 울어 축시[丑]임을 알리니
새벽죽 먹으라고 목어판(木魚板)이 울려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