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4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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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떨어져 뿌리로 돌아가지만 올 때에는 말이 없다[葉落歸根 來時無

            口]”라고 답하였다.
               또한 강서(江西)의 마조(馬祖)스님과 남악(南嶽)의 석두(石頭)스님
            에 이르러서는 선종의 법이 성하였다.그리하여 석두스님을 진정한

            사자후를 하시는 분[眞吼]이라 하고,마조스님을 법을 온전히 드러
            내시는 분[全提]이라 불렀으니,그들의 기봉(機鋒)은 큰 불더미와 같
            아 어찌 해보려 들면 타죽는 것이다.그러니 요즈음 학승들이 뜻과

            생각으로 이해하려 하는 것은 과연 잘못된 일이 아니겠는가?




              79.사문이 자신을 내리깎는 말세풍조/명교 설숭(明敎契嵩)스님



               명교 설숭(明敎契嵩:1007~1072)스님께서 항시 개탄하셨다.
               “사문(沙門)이 고상하게 된 것은 자비로우신 부처님의 힘인데 말

            세에 와서 어지럽게 된 까닭은 우리 스스로가 비천하게 만든 것이
            다.사문은 천자를 볼 때에도 ‘신(臣)’이라 일컫지 않는 법이다.‘신

            (臣)’이란 공경 대부 따위의 벼슬을 이르는 칭호이다.그러므로 맞지
            않게 ‘신’이라는 말을 써서는 안 된다.그러나 당(唐)영도(令王舀:
            666~760)스님이 견식이 밝질 못하여 맨 처음 그 폐단의 실마리를
            열어 준 뒤 역대 스님들은 이를 따라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신’

            이라 일컫게 되었다.산림에 묻혀 사는 선비도 천자는 오히려 신하
            로 삼지 못하는데 더구나 사문이야 어떠하겠는가?”


              하였다.스님께서는 위의 게송을 읊고 신주로 떠났는데 얼마 있다가 돌아가셨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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