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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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거 불인(雲居佛印:1032~1098)스님이 말하였다.

               “운문(雲門)스님의 설법은 마치 구름 흘러가듯 막힘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자기 말을 기록하는 것을 결코 달갑게 생각하지 않았다.
            혹시라도 기록하는 것을 보면 반드시 욕을 하고 쫓아 버리면서 ‘네

            입은 쓰지도 않고 도리어 내 말만을 기록하니 뒷날 나를 팔아먹을
            놈이로구나!’라고 하였다.오늘날 방에서 여러 근기의 납자들을 대
            하던 기록은 모두 향림(香林)스님과 명교 설숭(明敎契嵩:1007~

            1072)스님이 종이로 옷을 만들어 듣는 대로 옷 위에 기록한 것들이
            다.그런데 뒷날 공부하는 사람들은 언어 문자만을 찾아 헤매니,그
            것은 그물을 입으로 불어 팽팽히 하려는 헛짓거리이다.미치광이가

            아니라면 어리석은 사람일 것이니 한탄스러운 일이다.”




              23.4가지 마음의 체험/현사 사비(玄沙師備)스님



               현사 사비(玄沙師備:835~908)스님이 산에서 나무를 하는데,

            곁에 있던 스님이 소리쳤다.
               “스님!호랑이 좀 보시오.”
               스님은 호랑이를 본 후 그 스님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너로구나.”

               영윤(靈潤)스님은 산길을 걷다가 산불을 만났는데 불길이 세차게
            번져 오자 함께 길을 가던 이들은 모두 피하였지만 스님만은 평소

            처럼 평안히 걸으며 말하기를,“마음 밖에 별다른 불은 없다.불이
            란 실제로 마음에서 일어난다”고 하고,또 “불은 도망할 수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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