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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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세 분 영정과 세 개의 탑/백운 수단(白雲守端)스님
백운 수단(白雲守端:1025~1072)스님께서 말씀하셨다.
“천하 총림을 흥성하게 만든 것은 대지(大智)스님의 힘이다.그
러므로 조사당 한복판엔 달마스님의 영정을,서쪽엔 대지스님의 영
정을,동쪽엔 개산(開山)하신 큰스님들의 영정을 모신 것은 매우 잘
한 일이다.그러나 개산하신 큰스님들의 영정만을 봉안하는 데 그치
고 그들의 조종(祖宗)을 생략하는 것은 마땅치 못한 일이다.”
운거 원우(雲居元祐:1027~1092)스님은,“내,여러 큰스님들의
입적을 살펴보니 반드시 그 유해를 모시기 위하여 부도를 세우는데
땅은 유한하고 사람은 죽는 사람은 끝이 없으니,백천 년 후에는 반
드시 부도 하나 세울 땅마저 없게 될 것이다”하고는 굉각(宏覺)스
님의 탑 동쪽에 난탑(卵塔)을 만들어 놓고,“주지 중에 부서지지 않
는 생신(生身)을 지녀서 화장하여 사리가 비처럼 쏟아지는 사람이
아니거든 그 뼈며 돌을 모두 이곳에 묻어라”하였다.또 그 서쪽에
난탑(卵塔)을 하나 마련하고,“대중스님이 죽거든 그 뼈를 이곳에
묻도록 하라”하여 이를 ‘세 탑[三塔]’이라 하였다.
두 노스님의 고매한 식견이야 후세의 모범이 되고도 남음 직하
지만 그들의 외로운 주장은 지속되기 어렵고,대중의 비위에 거슬리
는 일이란 이루어지기 어려운 법이다.그러나 언젠가는 반드시 이
말씀에 찬성하는 자가 있으리라 믿기에 내 두고 볼 작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