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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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83
41.술을 좋아한 기승/종도(宗道)스님
종도(宗道)스님은 어디 사람인지 알 수 없으나 서주(舒州)와 기주
(蘄州)지방을 왕래하면서 투자산(投子山)에 머무른 날이 많았다.본
디 술을 즐겨하여 늘 술에 취해 지냈는데 마을 사람들은 스님을 좋
아하고 공경하여 항상 잘 빚어진 술을 대접하였다.그러던 어느 날
목욕하려는 차에 누가 찾아왔다는 말을 듣고서 분명 술을 보내 왔
으려니 하고 옷을 벗은 채 튀어 나가 술을 받아 들고 들어갔다.사
람들은 모두들 껄껄대며 웃었지만 스님은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았
다.
한번은 옷을 풀어헤친 채 산길을 내려오는데 어떤 사람이 산을
올라오면서 스님께 물었다.
“도인의 가풍은 무엇입니까?”
“ 가사로 짚신을 싸노라.”
“ 그 뜻이 무엇입니까?”
“ 맨발로 동성(桐城)을 내려오는 것이다.”
진퇴부(陳退夫)가 처음 과거 보러 가는 길에 스님을 방문하여 장
난 삼아 물었다.
“제가 이번 길에 장원을 할 수 있겠습니까?”
스님이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 후 말하였다.
“시(時)가 없다면 할 수 있지.”
그때까지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지 못하였는데,진퇴부는 과
연 2등으로 급제하고 시언(時彦)이라는 자가 장원을 하니,그때서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