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1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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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81
말끝에 종지를 깨쳐*부처님의 바른 지견을 얻었다.그리하여 해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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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모자와 냄새 절은 장삼을 훌훌 벗어버리고 네 구절의 게로써 자
신의 깨달음을 밝혔다.그것은 구체적인 일을 통해 도를 보일 수 있
는 자유자재한 작용[機用]과 기연(機緣)에 계합되는 정교한 도풍을
얻었기 때문이다.그러므로 기연에 응하고 사물을 대할 때 말에 편
승하지 않고 글에 매이지 않았으니,마치 사자왕이 자재한 경지를
얻어 포효하면 모든 짐승이 벌벌 떠는 것과 같이 법왕이신 부처님
의 법도 그러하기 때문이다.
또한 세상에서는 운문스님을 찾아뵌 자들은 모두가 생사에 자유
자재하는 경지[坐脫立亡]를 얻는다고들 하는데 무슨 까닭일까?그것
은 불법에 대한 지견을 짓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산스님에 대한 이야기를 게송 몇 구절로 설명하려 한
다.
대용(大用)이 앞에 나타나 일을 해 나가니
봄이 깃든 온 누리에 어디엔들 꽃피지 않으랴
그에게 삼돈봉(三頓棒)을 주어 법당에 절하니
온 천하가 한집안인 줄을 알겠네.
*동산 수초스님에게 운문스님이 물었다.“요즘 어디서 왔는가?”“묘도(杳渡)에
서 왔습니다.”“여름엔 어디 있었는가?”“호남(湖南)보자(報慈)에 있었습니다.”
“ 언제 거기서 떠났는가?”“8월 25일이었습니다.”그러자 운문스님이 “몽둥이
석 대를 따끔하게 맞아야겠구나”하였다.다음날 수초스님이 “어제 큰스님께
아픈 매 석 대를 맞았는데 무엇이 잘못되었습니까?”하니,운문스님이 “이런
밥통 같으니,강서 호남에서 그러고 다녔구나”하였다.수초스님은 이 말끝에
깨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