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4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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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로소 ‘시(時)가 없다면…’이라는 뜻을 알게 되었다.종도스님은 설

            두 중현스님을 찾아보았을 때에도 여전히 호방하고 자유자재하였다
            하니,지언 법화(志言法華:?~1048)스님과 같은 무리이다.





              42.고금을 논할 안목/설두 중현(雪竇重顯)스님



               설두 중현(雪竇重顯:980~1052)스님이 과거 대양 경현(大陽警
            玄:942~1027)스님의 회하에 전객(典客:손님 접대를 맡은 소임)
            으로 있을 때였다.어느 스님과 밤을 지새며 고금의 일들을 이야기

            하다가 조주스님의 ‘뜰 앞의 잣나무[庭前栢樹子]’화두에 대하여 끈
            질긴 논쟁을 하던 중,행자 하나가 곁에 서 있다가 비웃고 나갔다.
            이 객승이 물러나자 설두스님은 그를 불러 따졌다.
               “손님과 마주 앉아 있는데 감히 그럴 수 있는가?”

               “ 전객에게 고금을 논할 말재주는 있으나 고금을 논할 만한 안목
            은 없기 때문에 감히 웃었습니다.”

               “ 그렇다면 그대는 조주스님의 뜻을 어떻게 이해하는고?”
               그러자 행자는 게송으로 답하였다.


                 토끼 한 마리 옛 길에 누워 있노라니
                 보라매 갓 보자마자 낚아채 버렸네

                 뒤늦게 온 사냥개 아무런 신통[靈性]없어
                 마른 나무 향하여 부질없이 지난 흔적 찾는구나.
                 一兎橫身當古路 蒼鷹纔見便生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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