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8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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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한 번 하고는 법좌에서 내려와 바로 허리춤에 봇짐을 지고
떠나가 버리자,대중들이 깜짝 놀라 길을 막고 만류하였지만 끝내
말리지 못하였다.총림에서는 지금까지도 그를 경외하고 있다.
45.법을 잇기 위해 화재를 피함/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황룡 혜남(黃龍慧南:1002~1069)스님께서 여산(廬山)귀종사(歸
宗寺)에 주지로 있을 때,어느 날 밤 불이 나서 절이 온통 불길에
휩싸이게 되었다.대중스님들의 법석대는 소리가 산골을 진동하였지
만 스님은 평소와 다름없이 그대로 앉아 있었다.계림사(桂林寺)의
홍준(洪準)스님이 부축해 세우며 불길을 피하자고 하니 스님은 그를
돌아보며 꾸짖었다.그러자 홍준스님이 말하였다.
“스님이 설령 이 세상이 싫다 하더라도 자명(慈明)스님의 큰 법
을 누구에게 맡기겠습니까?”
그러자 천천히 옷을 고쳐 입고 일어서니 불길은 이미 자리에까
지 번져 있었다.이 화재에 연루되어 옥에 갇히게 되었는데 고을의
관리가 사사로운 원한으로 온갖 고문을 가하였으나 입을 다문 채
한마디 말없이 오로지 단식을 하였다.그렇게 2개월 간의 고초를 겪
은 후에야 석방이 되었는데,수염도 머리도 깎지 않았고 뼈와 가죽
만이 앙상하였다.가진 점흉(可眞點胸)스님이 도중에 마중 나왔다가
그 모습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목메어 말하였다.
“사형께서 어찌하여 이 꼴이 되셨습니까?”
스님이 “이 속된 놈아!”하고 호령하자 가진 점흉스님은 자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