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7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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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87
44.주지를 맡는 태도/조인 거눌(祖印居訥)스님
원통사(圓通寺)조인 거눌(祖印居訥:1010~1071)스님은 그 고
을에 주지를 사임할 뜻을 표하고 아울러 승천사(承天寺)의 단(端)스
님을 그 법석(法席)의 주지로 모셔 오도록 바라니,고을에서는 그의
청을 허락하였고 단스님은 기꺼이 부임하였다.젊은 나이에 큰 법을
짊어지고 선배가 선의로 양보한 것은 총림에서 자기에게 바라는 기
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통감하였다.그리하여 경건한 자세로 대중에
게 임하고 공적인 일에 사적인 일을 개입하지 않아서 종풍(宗風)이
크게 떨치게 되었다.그 후 몇 해 안 되어 거눌스님은 쓸쓸한 생활
에 싫증이 나던 차에 군수가 찾아오자 객승이 된 자기 심정을 토로
하였다.군수가 가엾게 생각하여,단스님에게 이 눈치를 보이자 스
님은 웃으며 순순히 허락하였다.그 이튿날 단스님은 법좌에 올라
설법하였다.
“지난날 법안(法眼)큰스님께서 이런 게를 지으셨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일은 정을 버리기 어려움이라
정이 모두 사라지면 말끔한 구슬 한 알 밝게 빛나리
방편으로 정을 버리는 일도 옳지 못하니
게다가 방편조차 버리는 일이란 너무도 아득하구나.
難難難是遣情難 情盡圓明一顆寒
方便遣情猶不是 更除方便太無端
대중은 말해 보라.어떻게 하면 정을 버릴 수 있는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