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1 - 선림고경총서 - 07 - 임간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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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상 91



                 이치와 현상에 모두 관계하지 않고
                 회광반조(回光返照)하여 미세한 것마저 끊었네

                 바람 타고 날 때는 못난 솜씨 잘난 솜씨 가릴 것 없으니
                 번뜩이는 번갯불은 따라가기 어렵구려
                 理事俱不涉 回照絶幽微

                 背風無巧拙 電火爍難追


               납자들이 기연을 마주하여서는 번뜩이는 번갯불도 뒤쫓아오기
            어려울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세 가지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이다.

                원각경 에 ‘중생은 알음알이에 장애가 되고 보살은 깨달음을
            떠나지 못하였다[衆生爲解礙 菩薩未離覺]’고 하였으니 그러므로 말

            한마디에 생사를 벗어날 정도의 큰 지혜를 가진 최상근기가 아니라
            면 이 경지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을 알겠다.
               대우(大愚)스님이 황벽 희운(黃檗希運)스님에 대하여 노파심이
            많다고 한 데에는 참으로 그만한 이유가 있으니 황벽스님은 항상

            말하기를,“결코 그 다음 생각[第二念]으로 흘러가지 않아야 비로소
            우리 선문에 들어올 수 있다”고 하였다.선종의 이런 뜻깊은 말을

            근기 낮은 사람들은 깨닫지 못하고 마음대로 차별하는 마음을 내면
            서 불법을 일으켜 세우려 한다.그러나 어려운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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