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3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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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03
조사들의 오묘한 도를 크게 밝혔다.그러나 시대가 내려오면서 어두
운 자들은 그 구절을 바꾸어 제 뜻에 맞춤으로써 본의를 매우 해치
는 경우가 있다.예를 들면
한밤중 자(子)시에 마음은 ‘무생(無生)’에 머무르니
생사의 심법이 어찌 ‘유․무’에 속하랴마는
쓸 때 되면 쓰니 문자는 쓸모 없네.
夜半子心住無生卽
生死心法 何會屬有無
用時便用沒文字
라고 하였는데,“생사가 어찌 ‘유무’에 속한 적이 있었는가[生死何
會屬有無]”한 구절은 정교하기는 하나 아래 구절과는 문맥이 통하
지 않는다.곧 “생사가 ‘유무’에 속하지 않는다”해 놓고서 다시
“쓸 때가 되면 곧 쓴다”고 말하니 도대체 무슨 소린가?
55.깨달음을 얻었다는 집착을 깨어 줌/무진거사(無盡居士)
내,상산(湘山)도림사(道林寺)에 있을 무렵 어느 스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내 처음 육조스님의 바람과 깃발에 대한 인연을 듣고서 화두에
오랫동안 잠겼다가 우연히 머리를 들어 횃대에 걸려 있는 옷을 가
지러 가다가 비로소 그 화두의 뜻을 깨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