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5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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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05
56.사유에 빠짐을 경계함/영원 유청(靈源惟淸)스님
영원(靈源)스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내,지난날 용서(龍舒)땅에 있을 무렵,용문사의 정현(靜顯)스님
이란 분이 문제를 내는 것을 보았는데 아무도 그의 말에서 빠져나
가는 사람이 없었다.그래서 나는 스님이 반드시 도인일 것이라 생
각했다.스님은 이렇게 말하였다.‘보이는 대로 말해야지 조금이라
도 생각해서 한다면 영험 없게 된다.’”
나의 친구 야계(耶溪)추정신(鄒正臣:鄒元佐의 字)은 오행(五
行)에 능하여 치밀한 논변으로 세상에서 손꼽히는 자였는데 그도 나
에게 그러한 뜻을 말해 준 적이 있었다.저 오행점술도 극치에 가면
이와 같은데 하물며 그보다도 더욱 큰 도를 사유(思惟)로써 구할 수
있겠는가?
57.법락을 즐기는 경계/등봉 영(鄧峯永)스님
등봉 영(鄧峯永)스님이 한번은 심기(審奇)스님에게 물었다.
“오랜만인데 그 동안 무엇을 하였느냐?”
“ 근래 위(偉:1018~1082)장주[經藏의 관리를 맡음]를 만나 안
락한 경계를 얻었습니다.”
“ 나에게 한번 말해 보라.”
심기스님이 얻은 경계를 말하자,영스님은 “너는 옳지만 위장주
는 옳지 못하다”라고 하니,심기스님은 그 말뜻을 헤아릴 수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