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99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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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99
건상(虔上)지방으로 보내었는데 그가 돌아와 말하였다.
“유군(劉君)이라는 신도 한 사람이 제가 그곳을 떠나 올 때 교외
까지 나와 전송하면서 축원하기를,‘저를 위해 노스님의 게 한 수를
구하여 자손 대대로 복전을 삼게 해주십시오’하고 부탁했습니다.”
그 이듬해 스님은 게를 지어 보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건상에 갔던 스님 여산에 돌아와
맨 처음 하는 말이 ‘거사가 게 한 수 청하더라’고
붓 들어 그대에게 내 마음을 전하노니
요사이 늦가을 숲에는 낙엽이 많다오.
虔上僧歸廬岳寺 首言居士乞伽陀
援毫示汝箇中意 近日秋林落葉多
그 후 40년이 지나 운암(雲庵)스님이 그 다음으로 귀종사의 주지
가 되니 법석(法席)은 전보다도 더욱 융성하였다.유군의 아들이 혜
남스님의 게를 들고 찾아와 대중스님에게 음식을 공양하고 그 사실
을 말하니,운암스님은 법당에 올라 게를 지었다.
은사스님 그 옛날 이 절에 주지할 때
그대 집에 게를 보내 인연을 맺었어라
내 이제 주지 되어 또 다시 게 지으니
이를 남겨 자손에게 전하게나.
先師昔住金輪日 有偈君家結淨緣
我住金輪還有偈 卻應留與子孫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