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P. 110
110
하였는데,스님의 뜻이야 비록 오묘한 뜻을 밝히려 함이지만 ‘지조
에서 혀를 잘렸다[知朝斷舌]’는 것은 반드시 근거가 있는 말일 터인
데,옛 기록에는 혀를 잘린 사실이 없었고,더구나 또한 ‘지조(知朝)’
라 한 것은 더욱더 말이 되지 않으니 이는 후세에 잘못 기록한 것
이 아니겠습니까?”하고 물었다.
이에 대해 나는 “구본(舊本)에는 ‘전조(前朝)에 혀를 잘린 재사보
다야 훌륭하지![也勝前朝斷舌才]’라 되어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뜻은 수(隋)나라 때 하약필(賀若弼)의 부친 하숙(賀孰)이 우문
호(宇文護)에게 미움을 받아 살해되었는데 처형장에 당도하여 그의
아들에게 ‘나는 혀 때문에 죽는다’라고 훈계하고 아들의 혓바닥을
당겨 송곳으로 찔러 피가 나오게 함으로써 입조심을 시켰다.수나라
는 당나라의 전조(前朝)로서 이는 ‘전조에 송곳으로 혓바닥을 찔렀
다[前朝刺舌]’는 이야기지 ‘지조(知朝)’가 아님은 명백하다.그러나
‘혓바닥을 끊는[斷舌]’것이나 ‘혓바닥을 찌르는[刺舌]’것은 마찬가
지이다.
무진거사는 나에게 기록을 부탁하였다.
60.백장의 들여우와 육조의 풍번에 대한 게송/도원(道圓)스님
도원(道圓)스님은 남웅주(南雄州)사람이다.성품이 지극히 순수
하였으며 어려서부터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많은 스님을 참방하
였지만 크게 깨치지는 못하였다.황벽사 적취암에 황룡 혜남(黃龍慧
南)스님이 계신다는 말을 듣고 그곳을 찾아가 귀의하였다.그러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