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1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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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11



            어느 날,아랫자리[下板]에서 참선을 하다가 스님 둘이서 백장 회해

            [百丈懷海]스님의 ‘들여우 인연[野孤因緣]’을 들어 말하는 것을 듣
            게 되었다.
               한 스님이 “‘인과에 어둡지 않다’는 말만 가지고는 들여우의 몸

            에서 해탈할 수 없었을 것이다”하니,또 다른 스님이 맞장구쳤다.
            “인과에 떨어지지 않았다는데 어찌하여 먼저는 들여우의 몸으로 떨
            어졌을까?”

               도원스님은 이 말이 섬짓하게 느껴져 자기도 모르게 몸을 일으
            켜 암자의 위쪽으로 서서히 발걸음을 옮겼는데 개울을 건너는 찰나
            에 크게 깨쳤다.

               이에 혜남스님을 만나 그 사실을 말하는데 다 끝마치기도 전에
            눈물이 두 뺨에 흘러내렸다.혜남스님은 그를 시자의 잠자리에 가도
            록 하였다.깊은 잠 속에 빠졌다가 갑자기 일어나 게를 지었다.



                 떨어지지도 어둡지도 않으니
                 승려나 속인이나 본디 꺼릴 바 없어라
                 대장부의 기개는 왕과 같은데
                 어찌 주머니 속에 넣어두고 덮개로 씌워 둘 수 있겠는가
                 지팡이 하나 짚고 종횡무진 활보하니
                 들여우가 황금사자 무리 속에 뛰어들었네.

                 不落不昧 僧俗本無忌諱
                 丈夫氣宇如王 爭受囊藏被蓋
                 一條榔標任縱橫 野孤跳入金毛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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