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3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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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53
자기 마음이 변하는 대로 하더라도 옳고 그름에 걸리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마음으로 헤아리는 것은 이미 불법이 아닙니다.마음에 헤
아림이 없어야 천진하고 모든 것이 밝아 마치 연꽃이 물에 젖지 않
는 것처럼 맑게 됩니다.그러므로 자기 마음에 미혹하면 중생이고
자기 마음을 깨치면 부처이니,중생이 곧 부처이며 부처가 곧 중생
인데 미혹하냐 깨달았냐에 따라 피차의 구별이 있는 것입니다.
요즈음 납자들은 많은 사람이 자기 마음을 믿지 않고 자기 마음
을 깨닫지 못하므로 묘하고 밝은 자기 마음의 작용[受用]을 얻지 못
하며,자기 마음의 안락한 해탈을 얻지 못합니다.그리고는 부질없
이 마음 밖에 선(禪)과 도가 있다 하여 허망하게 특별한 것을 내세
워 망령되게 취사선택하는 마음을 일으키니,아무리 수행을 한다 해
도 외도와 이승(二乘:聲聞․緣覺)의 선적(禪寂:고요함에 빠지는
선)과 단견(斷見)의 경계에 떨어지게 됩니다.”
운암스님은 일시의 병폐를 고쳐 보려는 의도에서 이 말씀을 하
셨으나 그 뜻은 매우 분명하여 사람들의 우매함을 깨우쳐 줄 수 있
겠기에 내 여기에 기록하는 바이다.
89.황제와의 초연한 만남/종본(宗本)스님
종본(宗本:1020~1099)큰스님께서 칙명으로 대상국사(大相國
寺)혜림선원(慧林禪院)의 주지로 있을 무렵 황제를 알현하게 되었
다.이에 관리들은 며칠이고 알현 의식을 되풀이하였다.그러나 막
상 신종(神宗)이 편전(便殿)에 나와 스님을 바라보니 스님은 다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