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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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도적이 쳐들어오자 뱃사람들은 아비규환이 되었다.그러나 흰 칼
날이 눈앞에 번뜩이는데도 스님은 편히 앉아 태연자약하게 천천히
말하였다.
“갖고 있는 물건들을 모조리 줄 테니 사람들을 해치지는 말아라.”
도적이 떠난 후 새벽이 되어 사람들이 돌아와 배를 살펴보며 죽
었으려니 했었는데 스님은 보통때와 같이 화사한 얼굴에 정신이 또
렷하였다.뒷날 생사와 화복(禍福)의 갈림길에서도 초탈하여 이처럼
얽매임이 없었다.
92.염불참회/연경 홍준(延慶洪準)스님
연경 홍준(延慶洪準)스님은 계림(桂林)사람으로 여러 해 동안
황룡 혜남스님과 교류하였다.타고난 천성이 순수하고 지극하여 일
찍이 남의 마음을 거슬리는 일이 없었다.다른 사람의 착한 점을 이
야기 들으면 마치 자기가 한 것처럼 좋아하여 양미간에 기쁜 기색
이 돌았다.한편 다른 사람의 나쁜 일을 들으면 반드시 합장하고 하
늘을 우러러 깊은 참회에 잠긴 듯하니,이를 본 사람들은 모두 웃지
않을 수 없었다.스님의 참다운 성의는 이와 같이 시종 한결같았다.
만년엔 사중의 일을 맡아보지 않고 한계사(寒溪寺)에 주석하였는
데 그 당시 나이는 이미 80세가 넘었다.스님은 평소 아침저녁으로
다른 일은 하지 않고 먹고 잠자는 이외에는 오로지 범음(梵音)을 외
며 관세음보살을 부를 뿐이었다.임종 때에는 문도들은 모두 음식
공양하러 떠나 버리고 머슴 한 사람만 있었다.스님은 경쇠[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