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61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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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161
들고서 토지신을 모신 사당 앞에 앉아 공작경(孔雀經)을 한 차례
외우고 결별을 고했다.그런 뒤 편히 앉아 눈을 감았는데 사흘 동안
앉은 그대로 몸이 기울지 않았다.마을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친견
하자 스님은 갑자기 눈을 뜨고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면서 땅에 앉
으라 하였다.얼마 후 문도들이 들어오자 스님이 그들을 불러 오른
편에 서게 하고 손을 잡으니 마치 끓는 밥처럼 뜨거웠다.한참 후
고요하기에 살펴보니,스님은 벌써 세상을 떠난 후였다.그러나 얼
굴색이 변하지 않고 양 볼이 붉어 마치 산사람 같았다.이에 문도와
속인들은 스님의 소상(塑像)을 만들어 감실(龕室)에 봉안하였다.
나는 지난날 스님이 살던 토굴을 지나는 길에 찾아뵙고 일생 동
안 남모르게 수행하고 은밀히 도를 펴면서도 세상에 알려지기를 구
하지 않는 고매함에 감탄하였는데 생사의 갈림길에서도 이와 같이
초연하니,참으로 대장부이다.
8 지(八地)보살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깨달아 일체 만법을 허공
처럼 관하여도 이는 오히려 무심을 점차로 증득한 점증무심(漸證無
心)이고,10지(十地)의 경지에 이르러도 두 가지 번뇌[二愚]가 남아
있으며,등각(等覺)에 들어가서도 조금도 무명(無明)이 다하지 않고
가느다란 실연기처럼 남아 있기에 아직 참회를 하는 것이다.홍준스
님께서 염불을 하며 관세음을 부른 것 또한 스스로를 다스린 일이다.
93.깨끗한 비구의 몸에서 나온 빛/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
혜남스님이 적취암에 머무르던 어느 날 밤,고요히 앉아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