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8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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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한 맨발에 흐트러진 옷으로 다니시나
지혜를 쓰되 본체에 어긋나지 않았고
제왕가에 태어나 자재를 얻으시나
얼마를 살았는지 기록 없어 스님 생애 모르겠네.
범처럼 무서운 명령에도 마음을 비워 두고
아낙네의 반려되어서도 사랑과 증오를 떠났네
속인 옷을 입고 마음 전하니
속제(俗諦)그대로가 진제(眞諦)요
후미진 곳에서 법을 보이니
사법계(事法界)그대로가 이법계(理法界)라네
다만 대추와 잣으로 공양 올리니
내 사바세계 온 것은 이 맛에 탐착한 게 아니요
자연히 광명이 치아에서 생기니
나의 말과 문장은 모두가 진실한 뜻이라네.
부처님이 그대에게 분명한 뜻 전하시니
한마디 말씀에 십지를 뛰어넘었네
무명(無明)을 따르면 온갖 것이 일어나고
무명을 따르지 않으면 온갖 것을 여의도다
소락(酥酪)성인이 우유라는 범부에서 나옴은
다만 계(戒)․정(定)․혜(慧)관조의 힘이니
이야말로 스님께서 동체 대비로
나를 단박에 일체지(一切智)*에 들게 하심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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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지(一切智):모든 것을 아는 부처의 지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