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2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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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意識)도 작동하지 않아서
현량(現量)그대로가
견문각지를 이룸이
거울에 등불 비치듯
빛이 뒤섞이거나 부서짐이 없도다.
매서운 불길에도
세차게 흐르는 강물에도
포효하는 바람결에도
대지(大地)는 변함없는 법
알음알이가 다하면
마찬가지로 그러하리라.
이 열반문(涅槃門)은
독을 바른 북[塗毒鼓]이라
육조대사 이 북을 두들기시니
듣는 이 모두가 나자빠지고
이 북채를 선사에게 건네주니
삼라만상이 깜짝 놀라 움츠러든다.
빛나는 그 말씀은
해처럼 별처럼 찬란하시고
엄격한 그 수행은
옥처럼 얼음처럼 더없이 해맑아라.
다만 이를 전수하지 않으시니
공(空)과 상응하는 그 법인 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