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P. 220
220
천 개의 팔로 잡아 주시고
천 개의 눈으로 살펴주심은
무심(無心)하기 때문에
작용[受用]이 오묘한 것이라
비유하자면 파릇한 봄을
꽃 속에 숨겼다가
가지와 잎새를 따라
정밀하고 신령함을 성글고 촘촘히 나타내듯 하여라.
마흔두 개의 팔을 가진
이 서기(瑞氣)어린 불상은
지름 한 치를 넘지 않고서
장엄한 그 모습 모두 갖추셨네.
청정한 그 눈매는
한편은 자비롭고 한편은 위엄스러우며
한 걸음 옮기려 하시면
발밑에 꽃수레 떠받쳐 주도다
푸른 나발 사이에
부처님의 위엄 서린 모습이 있고
마치 초파리 벌레가
모기의 눈썹 위에 집을 짓고서
돌틈 바구니에 숨어 있다가
조개로 변신되어 나타나듯이
막힘 없는 자비로써
맑고 흐림을 가리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