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4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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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으로 살아나기는 하였지만,보이지 않는 미세한 조짐을 살펴보지 못

            한 나의 식견과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나의 도력(道力)에 대하여
            한스러운 마음 금할 길 없었다.그러므로 나의 넋을 거두어 초심(初
            心)을 다스리고자 명을 쓰는 바이다.



                 우렛소리 으르렁대면
                 온 누리에 봄이 왔음을 아나
                 듣고서도 말하지 않는 건
                 마음으로 깨침일세라
                 나뭇잎새 떨어지니 찬 서리 맑고
                 강물이 마르니 모래만 남았는데
                 갑자기 천둥소리 뒤흔들리면
                 듣는 이 이상타 놀라리라.



                 일상에 오묘히 계합됨은
                 이른봄의 우렛소리와 같고
                 깨달음을 등진 티끌 번뇌는
                 한겨울에 치는 우레와 같도다
                 온갖 일 그만두고
                 인연 따라 놓아 지내리니
                 깨달음[了知]도 없거늘
                 하물며 전도상(顚倒想)이 있으랴.


                 길이 이 은덕 생각하며
                 그 뜻을 맛보노라
                 암자에 몸을 감추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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