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P. 223
신편 임간록 후집 223
못하고 고금의 치란(治亂)과 시비 성패(是非成敗)논하기를 좋아하
여,친한 도반들에게 많은 꾸지람을 받아 왔지만 그 중에 진영중(陳
瑩中)만은 이렇게 말하였다.
“도에 있어서야 애당초 아무것도 서로가 방해될 것이 없다.비유
하자면 산천에는 안개와 구름이 있고,초목에는 꽃과 무성한 잎새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으니 그래야만 훌륭한 정진(精進)이라 할 수 있
다.”
나는 속으로 그가 나를 놀리는 말인 줄 알면서도 아무렇지 않게
여겼다.
대관(大觀)원년(1107)봄,임천 땅에 토굴을 마련하고 이를 명백
암(明白庵)이라 이름한 것은 전심전력으로 나를 다스려 보고 싶은
생각에서였는데,진영중(陳瑩中)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게(偈)를 보
내 왔다.
토굴 속에 비야법좌를 마련하지는 않았지만
영산의 법 묻는 이라면 허용하겠지
세간의 사랑 미움 다하였다 하려는데
눈썹 치켜세우며 절문을 나서니 누가 그대 꾸짖겠나.
庵中不著昆耶座 亦許靈山問法人
便謂世間憎愛盡 攢眉出社有誰瞋
그리하여 봇물 터져 물이 넘치듯이 또다시 많은 말을 하게 되었
다.결국은 그 게송에 연좌되어 죄를 얻게 되었고 다행히 구사일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