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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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37



            습니다.그러므로 미연(未然)에 실수를 막을 수 있는 한 순간에 천

            리 밖에서도 적을 깨부술 수도 있으니 어찌 전형적인 방식[典故]에
            만 근거하겠습니까?
               대체로 병력의 허실(虛實)과 병사의 사기 문제,진법(陣法)의 가

            부,성패의 예견에는 일정한 이론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가령 우리
            불교에서 근기를 보고 법을 주어 어지러움이 없게 하기 위해 3승(三
            乘:성문․연각․보살승)의 가르침을 설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습

            니다.병사의 사기만을 보고 병력의 허실을 판단하여 일을 치른다면
            그릇된 것이니,우리 불법에서 예를 들면 대승의 법을 소승에게 전
            수할 수 없고 소승은 끝까지 대승의 법을 감당할 수가 없는 것과

            같습니다. 유마경 ․ 법화경   등 세 경전에서 간절히 말한 것이
            바로 그것이며, 법왕경   등 세 경전에서도 명백히 설명하여 숨김
            없이 가르쳐 주신 것도 그와 같은 것입니다.어떻게 알겠습니까?이

            를테면 병사를 거느리는 장수의 뜻이 나라를 어려움에서 구제하여
            평안케 하려는 데 있다면 여래의 뜻은 미혹을 열어 주어 밝은 지혜
            를 드러내려는 데 있지 않겠습니까?3승의 말에 집착하는 것은 부

            처님의 방편지와 위배되는 것으로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이러한 사
            람은 특히나 중생의 근기에 등급이 있다는 말씀을 제대로 깨닫지
            못하고서 도리어 상견(常見)에 떨어진 것이니,그것은 외도(外道)이

            지 불도가 아닙니다.한편 중생의 불성은 예로부터 이런 일(등급)이
            없었다고 고집하는 자 또한 단견(斷見)에 떨어진 것이니 그것도 외
            도이지 불도는 아닙니다.

                화엄경 에서는,“어리석은 범부는 불존의 방편을 깨닫지 못하고
            3승에 집착한다”하였고, 법화경 에서는 “과거불을 거슬러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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