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9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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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39
거사가 오히려 더 큰 의문을 갖게 될지도 모르니 가까운 예를 들어
설명하고자 합니다.
왕공 대인들이 천하 선비를 찾을 때에는 그 사람의 모습이나 문
벌을 앞세우지는 않지만 반드시 먼저 말은 들어보게 마련입니다.말
이란 덕행이 밖으로 드러난 것이므로 ‘덕을 지닌 자는 반드시 할 말
이 있다’하였습니다.또한 논어(論語) 에서는 “그 사람이 행한 동
기를 살피고 그 사람이 어디에 마음 편안해 하는가를 살피면 뉘라
서 남을 속일 수 있겠는가?”라고 하였습니다.옛 성인이라 하여도
이를 벗어나지 못하니 법을 아는 자가 사람의 작고 큰 근기를 살펴
보는 데 어찌 다른 방법이 있겠습니까?
거사가 말한 바와 같이 ‘색․수․상․행․식(色受想行識)과 12
유지인연(十二有支因緣)’법이 명칭의 순서가 맞지 않고 서로가 어
긋났다 의심한 것은 명목(名目)의 이치를 따져 보지 않았기 때문입
니다.색․수․상․행․식의 5온은 ‘3고(三苦)’가 이미 갖추어진 몸
이며,12유지인연은 3세를 통해 고를 생겨나게 하는 원인이 되는[三
世生因]법입니다.이를테면 화엄경 십지품(十地品)에 “으뜸가는
이치[第一義諦]를 깨닫지 못한 까닭에 ‘무명(無明)’이라 이름하고 업
과(業果)를 짓는 것을 ‘행(行)’이라 한다.첫 마음[初心:무명]에 의
지하여 난 것이 ‘식(識)’인데 이것이 ‘4취온(四取蘊:색․수․상․
행)’과 붙어 나는 것을 ‘명․색(名色)’등이라 한다”하였으니 그 본
말의 맞물린 관계를 서술한 것은 이치가 본디 그렇기 때문입니다.
반야경 에 의하면,“‘색(色)’이 ‘공(空)’이며 ‘공’이 ‘색’이니,
‘색’은 ‘공’과 다를 바 없고 ‘공’은 ‘색’과 다를 바 없다.‘수․상․
행․식(受想行識)’또한 이와 같다”고 하니,이는 ‘유(有)’의 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