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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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저자거리에서 팔리고 있으며 천하에 두루 유포되었지만
학자들 중에는 더러 죽을 때까지도 이 경전을 알지 못하는 자마저
있다.법이 가벼워지면 신심의 종자가 저절로 약해지니 개탄스러운
일이다.
18.광인스님 영정찬
옛날 큰스님들은 산에 살면서 사물에 빗대어 자기의 뜻을 표현
한 일이 많았는데,이는 스스로가 즐기면서 또한 사람을 깨우치려는
의도에서였다.
이를테면 자호 이종(子湖利蹤:800~880)스님의 ‘축견(蓄犬)’*
2 )
공안과 도오 원지(道吾圓智:769~835)스님의 ‘무의단홀(巫衣端笏)
’*의 공안이 이와 같은 예이다.그러나 설봉 의존(雪峯義存)스님,귀
3)
종 지상(歸宗智常)스님,서원 사명(西院思明)스님은 모두 주장자[木
蛇]를 잡고 있었을 뿐이다.이에 설봉스님은 서원스님에게 “진짜 납
승이라면 칼날의 흔적이 전혀 없지[本色住山人 且無刀斧痕]”라는
*자호축견(子湖蓄犬):자호 이종(利蹤)스님은 암자 문앞에다 ‘개조심!’이라는 문
패를 달고 거기에 이렇게 썼다.“내가 기르는 개는 위로는 사람의 머리를 물
고 가운데로는 허리를 물고 아래로는 다리를 문다.머뭇거리다가는 목숨을 잃
으리라.”새로 온 납자가 인사를 하면 스님은 “개조심해라!”고 소리쳐서 그가
고개를 돌리면 방으로 돌아가 버렸다.
*도오 무의단홀(道吾巫衣端笏): 전등록 29권에는 ‘무의(無衣)’로 되어 있다.
납자가 도오스님에게 조사서래의(祖師西來意)를 물으면 스님은 홀(笏)을 들고
춤을 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