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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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명(慈明)스님이 곡천 대도(谷泉大道:宋代人,임제종)스님과
함께 그곳을 지나는 길에 곡천스님이 자명스님의 옷을 잡아당기면
서 “함께 목욕이나 하고 가지!”라고 하니,자명스님은 그의 손을 탁
뿌리치고 쏜살같이 지나쳐 버렸다.곡천스님이 옷을 벗고 연못 속으
로 뛰어들어가자마자 뇌성벽력이 으르렁거리고 비린내나는 바람에
빗줄기가 쏟아지면서 숲이 진동하여 나무뿌리가 뽑혔다.자명스님은
크게 놀라 풀섶에 쭈그리고 앉아 곡천스님이 죽었으리라 생각하였
는데,잠시 후 비바람이 멈추고 날씨가 개자 물 속에서 갑자기 목을
쑤욱 내밀고서,“후-”하고 웃고 나오며 자명스님을 불렀다.
또 한번은 축융봉(祝融峯)정상에 앉아 밤을 지새게 되었는데 큰
구렁이가 나타나 주위를 서리서리 에워싸니 곡천스님이 옷과 허리
띠를 풀어 구렁이 허리를 묶자 한밤중이 되어 구렁이는 보이지 않
았다.동이 트자 지팡이를 짚고 온 산을 찾아다녀 보니,허리띠가
마른 소나무 가지 위에 감겨 있었다.이는 소나무의 화신이 요괴로
둔갑한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후동사(後洞寺)에서 나한 석불상을 짊어지고 남대사(南臺
寺)로 옮겨 놓았는데 그 석불상의 무게는 무려 수백 근이나 되었다.
대중들은 모두 놀랐으나 아무도 그 석불을 누가 가져온 것인지 몰
랐으며,후동사의 대중들도 어떻게 하여 그곳으로 옮겨졌는지를 모
르고 지금까지도 그 석불을 ‘날아온 나한부처님[飛來羅漢佛]’이라
전하고 있다.
또 한번은 형산현(衡山縣)을 지나는 길에 백정이 칼로 고기를 자
르는 모습을 보고,그의 옆에 서서 애처로운 얼굴을 지어 보이며 손
가락으로 고기를 가리킨 후 또다시 자기의 입을 가리키니,백정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