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0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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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두(巖頭)․설봉(雪峯)․흠산(欽山)세 스님이 하북(河北)지방
을 가는 길에 진부(鎭府)에서 오는 정상좌를 만나 임제스님의 안부
를 물으니,임제스님은 이미 세상을 떠났다고 대답했다.세 사람은
서로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탄식한 후 또다시 그에게 물었다.
“대중에게 무슨 말씀을 하셨느냐?”
“ 언제나 법당에 올라 말씀하시기를,‘그대들 모두의 붉은 살덩이
속에 지위 없는 참 사람[無位眞人]하나가 항상 드나들고 있다.믿
지 못하겠거든 자 보아라’하셨다.”
이에 흠산스님이 나서며,“왜 붉은 살덩이는 무위진인이 아니라
고 말씀하지 않았을까?”라고 하자,정상좌가 느닷없이 흠산스님의
멱살을 움켜쥐고 주저앉히면서,“말해 봐라!무위진인과 무위진인이
아닌 것은 얼마나 다른가를.빨리 말해,빨리!”라고 소리쳤다.흠산
스님이 얼굴빛이 창백해진 채 대답을 하지 못했는데 암두스님과 설
봉스님이 말리자 그를 놓아주고는 말을 이었다.
“이 늙은 두 얼간이들만 아니라면 확실히 오줌싸개로 만들어 줄
텐데…!”
또 한번은 다리를 지나가는데 강사(講師)세 사람이 불법의 이치
를 토론하고 있었다.정상좌가 지팡이에 몸을 기댄 채 듣고 있노라
니 그 중 하나가 장난 삼아 물었다.
“참선하는 자여!선하(禪河)의 밑바닥은 어디요?”
정상좌가 그를 붙잡아 물 속으로 집어던지려 하자 두 강사는 깜
짝 놀라 그를 부여잡고 애걸하니 정상좌가 말하였다.
“너희 두 사람만 아니었더라면 이 놈에게 ‘선하’의 밑바닥을 가
르쳐 주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