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7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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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57



            스님에게 “너는 벙어리냐?”라고 묻자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백정이

            몹시 불쌍하게 생각하여 크게 고기를 잘라 발우 속에 넣어 주자 생
            각지도 않은 횡재에 연신 고맙다 말을 하니,저자 사람들은 모두들
            웃었지만 스님은 태연스레 떠나갔다고 한다.

               스님은 뒷날 남악(南嶽)파초암(芭蕉庵)에서 머무르다가 억울한
            죄로 승복을 벗게 되고 속인 옷을 입은 채 침주(郴州)의 감옥에서
            노역을 하였다.스님이 무더운 날씨에 성 쌓는 노역으로 흙짐을 짊

            어진 채 네거리를 지나다가 땅바닥에 짐을 부려 놓고 앉으니,구경
            꾼이 에워쌌다.스님은 즉석에서 게를 하였다.



                 오늘은 유월 육일
                 곡천은 죄를 톡톡히 받았으니
                 천당으로 가지 않으면
                 지옥으로 들어가리라.

                 今朝六月六 谷泉受罪足
                 不是上天堂 便是入地獄


               게송을 마치자 미소를 지은 채 입적하니,그윽한 향기가 자욱하

            였다.이에 침주 사람들은 지금까지도 스님을 공양하고 있다.
               스님은 분양 무덕(汾陽無德)스님을 친견한 분이다.남산 청원(南
            山淸源)스님이 나에게 말하였다.
               “내 십여 년 동안 황룡 혜남(黃龍慧南)스님을 시봉하면서 곡천스

            님과 자명스님을 만난 일들을 매우 자세하게 들은 적이 있다.일찍
            이 황룡스님께서 한숨을 내쉬며 한탄하기를 ‘내,평생 동안 곡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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