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2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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였다.그 스님이 꼼짝하지 않고 서 있자 이번에도 ‘쯧쯧’혀를 차며
말하였다.
“네가 나를 찾아온 것은 나와 가까워지려고 온 것인데 도리어
나의 말을 듣지 않다니,썩 나가거라!”
스님의 문풍(門風)은 깎아지른 듯 험하여 설령 부처라 하여도 역
시 기가 죽었을 것이다.그러므로 이미 실추된 임제종의 가풍을 일
으켜 세울 수 있었는데,지금 사람들은 스님의 가풍을 다만 평범한
생각[平安商量]이라 매도하니 우스운 이야기이다.
25.왕범지와 한산자의 게송
나는 항상 왕범지(王梵志)의 시를 애송한다.
범지가 버선을 뒤집어 신으니
사람들은 모두 틀렸다 하네
너의 눈은 찌를 수 있으나
나의 다리는 감출 수 없지.
梵志飜著襪 人皆謂是錯
寧可刺爾眼 不可隱我脚
또 한산자(寒山子)의 시를 애송해 왔다.
사람이란 머리 검은 벌레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