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6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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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교학승을 무색케 함/가진 점흉(可眞點胸)스님
취암(翠巖)의 가진 점흉(可眞點胸)스님은 남보다 뛰어난 재주를
지녔으며,함부로 사람을 인가하지 않았다.남창(南昌)의 장강사(章
江寺)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그곳의 장로 정(政:武昌)스님 또한
자명(慈明)스님의 법제자였다.본래 강설(講說)하기를 좋아하는 성격
이라 스님의 교학(敎學)을 따르는 납자가 많았다.
어느 날 가진 점흉스님이 그를 보고는,바지를 걷어붙이고 양쪽
장단지를 드러낸 채 느릿느릿 걸어가니,이를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
까닭을 묻자,“앞 행랑 뒤편 시렁이 온통 칡덩굴로 뒤덮여 있으니
옷이 걸려 나자빠질까 두려워서이다”고 하였다.정스님은 한참 동안
껄껄껄 웃은 뒤에 이어 물었다.
“진형!나와 그대는 동문 동참(同門同參)인데 어찌하여 사람만
만나면 나를 욕하는가?”
가진스님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말하였다.
“내 어찌 그대를 욕하랴?내,감춰 둔 주둥이 하나는 부처를 욕
하고 조사를 꾸짖으려고 준비해 둔 것인데 그대와 무슨 상관이 있
는가?”
이 말에 정스님은 어찌할 줄 몰랐다.이에 가진스님은 나가 혜남
스님을 만나 말하였다.
“내 뒷날 네거리에서 밥장사를 하면서 황벽산에서 오는 중이 있
으면 반드시 시험해 보겠다.”
“ 굳이 훗날 그럴 것이 있느냐?내가 황벽산의 중이 될 터이니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