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9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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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69



                 剔皮刺血誠何苦 爲寫靈山九會文
                 十指瀝乾終七軸 後來求法更無君





              30.선종의 묘한 방편/영명 연수(永明延壽)스님



               영명(永明)스님이 말씀하셨다.
               “요즘의 학인들은 이해를 통해 알기를 좋아하는데,이를 어떻게
            깨닫는 공부라 하겠는가?이해는 다만 정(情)을 여의기 위한 것이며

            설명은 다만 집착을 깨뜨리기 위함일 뿐이니,정이 사라지고 집착이
            다하면 설명과 이해가 어떻게 남아 있겠는가?진성(眞性)은 밝고도
            고요하여 남기고 없앰[存泯]이 없다.그러므로 ‘즉(卽)’과 ‘부즉(不

            卽)’을 말한다면 모두 시비(是非)에 떨어지고 조금이라도 ‘있다’‘없
            다’는 생각을 남겨 두면 바른 생각이 아니다.그러므로 삼조(三祖)께
            서 ‘조금이라도 시비가 있으면 어지러워 마음을 잃게 된다’고 하였

            느니라.”
               그때 한 스님이 물었다.
               “대체로 유․무(有無)에 빠지면 모두 삿된 생각[邪念]을 이루게

            되고 능․소(能所)에 빠지면 모두 유․무에 떨어진다 하니,그렇다
            면 무엇이 바른 생각으로 아는 것입니까?”
               그러자 답하였다.



                 상서로운 풀은 좋은 시대에 돋아나고
                 숲 속의 꽃은 이른봄에 망울 맺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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