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68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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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피로 쓴  법화경 /초운(楚雲)스님


               형악(衡岳)의 초운(楚雲)스님은 당대 말엽에 태어나 지극한 수행

            을 닦았던 사람이다.지난날 피를 뽑아  묘법연화경 을 썼는데,그
            길이는 일곱 치[寸],넓이는 네 치,두께는 그 절반인 두 치였다.전
            단목(栴檀木)으로 문갑(文匣)을 만들어 그 속에 넣고 복엄사(福嚴寺)

            의 삼생장(三生藏)에 두었으며,그 위에 여덟 글자를 새겼다.
               ‘만일 이 경을 열어 보려면 맹세코 자씨(慈氏:彌勒佛)와 같은
            서원을 세우라[若開此經誓同慈氏].’

               황우(皇祐)연간(1049~1053)에 어느 귀인이 산에 놀러 왔다가
            그 글씨를 보고 허튼 소리인가 의심하여 사람을 시켜 열쇠로 열게
            하였다.처음엔 실오라기처럼 피가 나오더니 잠깐 후엔 바람과 우레

            가 산골짜기에 진동하고 자욱한 연기구름이 집안에 가득 차 가까이
            붙잡고 있으면서도 서로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하루종일 멈추지
            않자 귀인은 크게 놀라 성심으로 몸을 굽혀 참회하였다.

               아!원력(願力)이 서려 있는 곳엔 이처럼 신령한 일이 있는 법이
            다.내 지난날 그곳을 지나는 길에 삼생장을 찾아 그 경을 높이 받
            들어 자세히 살펴보니,핏줄기가 역력히 남아 있었다.
               관휴(貫休:832~912)스님은 다음과 같은 시를 지어 바쳤다.



                 살갗을 도려내어 핏물로 쓴 정성 어찌 그리 갸륵하오
                 영취산 아홉 법회 부처님 말씀을 새기기 위해
                 열 손가락 피 마르고 일곱 축 끝마치니
                 후세에 법을 구하는 자 다시는 그대 만한 이 없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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