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3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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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73



            어들고 떠나가 버렸다.

               그리고는 사숙인 신정 홍인(神鼎洪諲)스님을 만나러 갔다.홍인
            스님은 수산 성념(首山省念:926~993)스님의 법제자로서 총림에
            명망이 높았으며 산에 산 지 30년 동안 그림자가 산문 밖을 내려오

            지 않았으니 여러 선림에서 그 의지를 당할 자가 없었다.
               스님은 자신을 소개하면서 홍인스님의 법손이라고 자칭하니 대
            중들이 다 웃었다.홍인스님이 사람을 시켜 스님에게 물었다.

               “장로는 누구의 법제자요?”
               “ 나는 분양 선소(汾陽善昭)스님을 친견하였소!”
               홍인스님이 의아하게 생각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마치 강물

            흐르듯 유창하게 대답하자 매우 기특하게 생각하였다.때마침 도오
            산(道吾山)주지 자리가 비어 선지식[大禪伯]을 주지로 맞이하려 한
            다는 관아의 공문이 있었다.이에 홍인스님은 자명스님을 부름에 응

            하도록 하니 상중(湘中)지방의 선승들이 명성을 듣고 모여들어 스
            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
               생각건대,자명스님은 무너져 가는 임제종의 도를 다시 일으켜

            세운 스님인데도 평소에 그처럼 소탈하고 얽매임이 없었으니,만일
            홍인스님이 아니었다면 곡천(谷泉)스님과 같은 기승(奇僧)의 무리가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도인이 도를 보이는 일은 헤아려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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