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78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P. 78

78



               “알겠습니다.오직 갈 길만을 탐내었지 잘못 들어선 줄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달관스님은 그를 더욱 깨우쳐 주었다.
               “인생 백 년이란 한낱 꿈이니라.”

               “ 지옥이란 정말로 있는 것입니까,없는 것입니까?”
               “ 많은 부처님께서는 없는 데서 있는 것을 설명하시니 허공꽃[空
            華]을 보는 것과 같고,그대는 ‘있음’에서 ‘없음’을 찾으니 그것은

            물 속의 달 그림자를 잡으려는 격이니 웃을 일이다.눈앞의 감옥을
            보고서도 피하지 않고 마음 밖에서 천당을 찾아 태어나고자 하니,
            이는 기쁘고 즐거운 일이 마음에 달려 있고 선과 악이 경계를 이루

            는 줄을 모르는 것이다.태위여!자신의 마음을 깨치면 저절로 의혹
            이 없어지게 될 것이다.”
               유수가 이어서 물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을 깨칠 수 있습니까?”
               “ 선악을 모두 생각하지 말라.”
               “ 생각을 하지 않은 후엔 마음은 어디로 돌아갑니까?”

               “ 태위여!집으로 돌아가게나.”
               달관스님이 윤주(潤州)부옥산(浮玉山)에 머무르자 선객들은 스
            님을 우러러 모여들었다.가우(嘉祐)5년(1060)정월 초하루,법당에

            올라가 자신의 일생 전모를 말하니,대중들은 슬퍼하였다.곧 법좌
            에서 내려와 방장실로 들어가서 가부좌를 하고 앉았노라니 대중이
            다시 몰려오자 손을 내저으며 말하였다.

               “떠들지들 말고 각자 벽을 보고 섯거라.”
               이 말을 마치고 조금 있다가 고요히 입적하였다.
   73   74   75   76   77   78   79   80   81   82   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