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83 - 선림고경총서 - 08 - 임간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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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간록 하 83



            없다.”

               내 지난날 객승과 함께 영운 지근(靈雲志勤)스님이 복숭아꽃을
            보고 깨친 뒤 지은 게송을 논한 적이 있었는데,그 게송은 다음과
            같다.



                 삼십 년 동안 검객을 찾기를
                 낙엽 지고 새 가지 돋아나기 몇 해나 되었는고
                 복사꽃 한 차례 보고 난 뒤로는
                 여태껏 단 한 번도 의심치 않았네.

                 三十年來尋劍客 幾回葉落又抽枝
                 自從一見桃花後 直至如今更不疑



               위산 영우(潙山靈祐:771~853)노스님은 대인의 기풍이 없는데
            도 이에 대해 선뜻 “인연 따라 깨달아 들어가는 자는 영원히 물러
            서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없다”고 하였다.
               그런데 현사 사비(玄沙師備:835~908)스님만은 “매우 그럴듯한

            말이지만 감히 내 장담하건대 노형은 아직도 깨닫지 못한 점이 있
            다”고 하였다.

               길손이 나에게 묻기를,“‘아직 깨닫지 못하였다’한 이유가 어디
            에 있습니까?”하기에 그를 위하여 게를 지었다.


                 영운스님은 한 번 보고는 다시 보지 않았네
                 붉고 흰 복사꽃 가지마다 피지 않았음을

                 이상도 하지!고기를 낚는 뱃사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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